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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파리] Reclaim the Earth @Palais De Tokyo

전시

by 곡물곡물 2022. 7. 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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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파리의 팔레드 도쿄에서 진행하고 있는 Reclaim the Earth에 다녀왔다. '지구를 되찾다/환원하다'는 전시명에 걸맞게 다양한 관점에서 지구, 환경, 인간 사회에 접근한다. 전시는 흙, 공기, 불, 물, 식물과 광물 - 각각의 요소들을 따라 큐레이팅 되어 있으며 아티스트들은 물성으로써, 도구로써, 인간 문화의 매개체로써,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연물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Untitled (Death Song) by Megan Cope, Palais de Tokyo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 Asinnajaq의 퍼포먼스 비디오 작품, Rock Piece (Ahuriri Edition) 이다. 작품은 비디오를 시간의 역순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작품은 파도 치는 바다와 그 해안에 쌓여 있는 돌무더기를 보여 준다. 파도가 강하게 몰아치기에 관객은 거기에 눈을 빼앗기지만 이내 미세한 돌의 움직임을 알아 챌 수 밖에 없다. 돌은 자꾸 굴러 떨어진다. 마치 그 덩어리 자체로 살아있는 것처럼, 그리고 돌무더기 안에 있는 작가의 몸이 드러나게 된다. 마치 빌 비올라의 작품을 떠올리게도 하는 Rock Piece를 보다 보면 생물과 비생물의 경계,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전시는 Megan Cope의 대형 설치 작품 Untitled (Death Song)이다. 폐드럼통, 돌과 자갈, 자연물의 잔해와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의 현을 이용해 만들어진 작업은 크기로 시각을 압도할 뿐 아니라, 계속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위협 받는 새 서식지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해당 작품은 이 소리를 지구의 환경적인 문제, 위협에 대한 은유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폐기물과 돌 등을 조합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의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의 요소들은 조형적으로도 아주 흥미롭다. 

 

전시는 Nono: Soil Temple로 이어 진다. 붉은 직조물로 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단숨에 관객을 사로 잡는다. 하나의 영적인 공간으로 디자인 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이 공간은 흙과 자연을 찬양한다. Soil Temple은 팔레드 도쿄 전시장의 천장에서 빛이 들어오는 공간에 놓여져 있는데 그 빛과 조명으로 인한 그림자가 작품을 공간 전체로 확장 시킨다.

 

Soil Temple by Amakaba x Olaniyi Studio at Palais de Tokyo

그 옆에 놓은 자기 ceramics 작품 it makes my day so much better if i speak to all of you도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 작가가 파리의 길거리에서 주운 유리 조각들을 다시 리모주 도자기로 만들어낸 작업이다. 마치 조개 껍질이 널려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품은 쓰레기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 보아야 하는 작품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it makes my day so much better if i speak to all of you by Kate Newby at Palais de Tokyo

 

전시의 마지막 방에 있는 Thu-van Tran의 De Vert à Orange는 큰 규모의 파노라마 사진 작품인데, 사진 자체를 염료와 알콜로 날리고 새로운 형태로 구성했다는 것이 재밌다. 

 

구성적으로도 참고할 만한 작업이 많았는데. Karrabing Film Collective의 작품은 3채널 비디오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공간과 그 주위로 널부러진 폐 오토바이와 자동차, 그리고 그 사이에 박힌 모니터를 통해 작업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이 아주 재밌다. 관객의 감상을 위해 준비된 좌석도 자동차 시트를 활용했다.

 

 

전시 설명에서 과학 자문, Ariel Salleh는 "생태학, 페미니즘, 사회학, 그리고 토착 정책들을 한 데 모은다는 것은 정말로 전지구적인 관점을 위해 유럽중심의 관점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적인 접근이나 기후 위기에 관련된 작업과 전시는 예술계의 주류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대의 예술가는 모두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며, 실질적인 해결책에 더불어, 위기와 해결책에 대한 상상력, 감각적 인식 등은 예술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이기에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기후 위기를 주제로 다루면서도 재료나 방식에서 오히려 환경에 대한 걱정이 되는 작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유사한 주제가 너무 많아지고, 또 과하게 정치성/교훈성을 띄면서 비슷한 전시에서 피로를 느낀 적이 있다고도 인정해야 겠다.

하지만 팔레드 도쿄의 Reclaim the Earth는 작업 그 자체로도 전시 주제, 메시지와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요소들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는 느낌이었다. 

 

 

참여 작가: Abbas Akhavan, Amakaba x Olaniyi Studio, asinnajaq, Huma Bhabha, Sebastián Calfuqueo, Megan Cope, D Harding, Karrabing Film Collective, Kate Newby, Daniela Ortiz, Solange Pessoa, Yhonnie Scarce, Thu-Van Tran, Judy Watson

큐레이터: Daria de Beauvais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Lisa Colin

과학 자문: Léuli Eshrāghi, Ariel Sall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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