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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런던] Damien Hirst, Natural History @Gagosian Britannia Street

전시

by 곡물곡물 2022. 7. 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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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시안 런던 브리타니아 스트릿에서 데미언 허스트 전이 열렸다. 데미언 허스트 작품 중 가장 문제적이고, 가장 유명한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포름알데히드 작품이 포괄적으로 전시됐다.

Damien Hirst, Natural History @Gagosian Britannia Street

 

죽음, 부패 등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말그대로 상어, 물고기, 닭 등의 생물을 그대로, 혹은 절단한 후 포름알데히드에 보관하고 있다. 1990년대 허스트의 이름을 알리게 한 초기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고시안에는 시리즈 중 독보적인 유명세가 있는 상어들, Death Denied, Myth Explored, Explained, Exploded부터 물고기를 이용한 작품 Saint Philip, Love Is Blind, 정육점을 형상화한 Shut Up and Eat Your Fucking Dinner 등이 전시됐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는 콘셉적으로 정말 영리하다고, 데미언 허스트가 유명해 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종교적 세폭화 Triptyque를 본 뜬 것 같은 In the Name of the Father, 그리고 양을 무릎 꿇은 형태로 저장시킨 Our Father Who Art in Heaven 등은 현대의 종교, 믿음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서 또한 인간이 다른 종을 착취함으로써 군림하는, 그러나 그 종들에 의존하는 형태를 떠올 릴 수 밖에 없게 한다. 

Damien Hirst, Natural History @Gagosian Britannia Street

이 작품들은 한 편으론 역겹고, 윤리적인 질책과 질문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허스트가 생물을 사용한 형태는 아주 불편하고, 다른 종에 대한 비실용적인 형태의 착취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처음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을 선보였을 때, 극단적으로 상반된, 말그대로 '문제작'이 된 것은 놀랍지 않다. 유명세를 위한 자극성이라는 비난은 부정될 수 없고, 이제 내가 아트를 하고 또 데미언 허스트를 좀 더 알게 된 지금 이 작품들을 보고 매스껍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작가가 이렇게 소비한 송아지들이 정육점에 걸린 식용 고기와 그렇게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공장형 사육과 도축은 이미 인간에게 필요한 수를 넘어 선지 오래고, 오락성 식품 소비는 이미 역사적인 전통이 됐다. 조류독감이나 돼지콜레라가 돌면 예방적인 목적으로도 수천 수만 마리가 산 채로 땅에 묻힌다. 데미안 허스트가 포름알데히드에 하나쯤 보존하는 게 그렇게 잘 못 되었나? 최소한 살아있는 조류와 포유류를 매장하는 것보다 더 부가가치가 있는 일 아닌가?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가 수족관에서 죽어가는 상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제 이 작품들은 이러한 논의를 촉발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업들이 비윤리적인 동물소비로, 착취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작품들이 존재하게 된 지는 25년이 됐고, 허스트에 대한 비평과 비판 역시 다각도에서 흘러 왔다.  이제 이를 바라보는 관객으로서 나는 스스로의 소비 행태를 반영한 자기 반성에 직면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Damien Hirst, Natural History @Gagosian Britannia Street

이 포름알데히드 작품들에는 분명 어떤 아름다움이 있다. 거대한 프레임 멈춘 생물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시간이란 변화하는 것에 대한 측정치라면, 만약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이라면, 이 방부 상태 안의 생물들은 시간이 멈춘 상태를 살아가거나, 혹은 아주 느리게 흐르는 상태에 갇힌 것이다. 이것을 조각으로보다면 허스트는 영속적인 조각을 만든 것이다. 죽음을 이보다 더 시적으로, 그러나 명확하게 다룰 수 있을까. School Daze는 보존된 물고기들을 모빌 형태로 만들어 생을, 혹은 죽음을 놀이처럼 전시한다. 이것이 생명의 모욕으로 봐야할 지 혹은 죽음의 환기로 봐야할 지, 그것을 고민하게 하는 것이 관객으로서 이 동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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