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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트분야 취업] 관리해줘 쿠크다스 (3) 인터뷰에 앞서

아트_경영

by 곡물곡물 2023. 11. 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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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이직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거절의 경험이 된다!

(만약 아니었다면, 어.. 왜.. 이 블로그를 찾으셨죠....? 비법 전수 바랍니다...)

 

지원서 보내고 나면 We regret to inform you...라면서 귀하의 역량은 뛰어나지만..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줄줄 읊을 수 있게 되며

알려라도 주면 차라리 다행으로, 감감무소식(읽씹) 당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뷰를 잡았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인터뷰 준비부터 과정, 그 이후 탈락은 지원보다 훨씬 타격이 크다.

말하자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낼 때까지의 끝없는 소모전이 된다. 

그러면 전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기와 보급품 전략을 짜보자.


이 포스팅은 좀 더 개인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심심하시거나 남들은 멘탈관리를 어떻게 할까가 궁금하시면 읽어주시고

실용적인 요소는 그닥 없으니 안 읽어도 좋다.

 

Photo by Charanjeet Dhiman on Unsplash

(1) 당신의 탓이 아니다. (아마도)

너무 연락을 못 받다보면, 자주 떨어지다보면 

내가 스펙이 떨어지나? 외국인이라서 그런가? 별별 생각이 다 드는 때가 온다.

그러다 보면 눈을 좀 낮춰서 지원할까 하기도 하고, 그렇게 낮췄는데도 연락이 안오면 더 심경이 복잡하고.

이 때 모두에게 자신의 멘탈을 지키기 위한 비책이 있겠지만

내가 깨달은 것, 그리고 내 주위의 친구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항상 나의 역량이 승패를 가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

아마라는 단서를 붙이는 이유는,

경력이 지원 하는 곳과 잘 맞고 CV가 그걸 잘 보여주고 있을 경우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해외 취업을 위해서 정보를 검색하고 이 변방의 블로그를 발견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는 충분히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이해하고 있으며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싶다.

*

행간 공백

회사에서 내는 지원 공고에는 숨겨진 맥락이 있고, 우리는 이것을 다 읽어낼 수가 없다.

예를 들면,

- 왜 이 자리가 공석인가?

-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 뽑는 사람의 성격은? 일하는 스타일은? 어떤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 조직에 방향이 이 자리에 영향을 줬는가? 내부적으로 조직 목표 변경이 있었는가?

- 조직 정치가 작용하고 있는가? 

등등의 통제할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요소들이 공고가 난 포지션에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다른 지원자들의 역량도 변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다 통제할 수도, 알 수 도 없다. 

그리고 당신의 역량과 상관이 없는 문제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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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력을 붙여보려고 곁다리로 하는 얘기

사실 이 얘기를 처음 들은 건 내 한국 직장의 사수로부터였다.

그는 내 입사 1년 쯤 전에 이직을 한 케이스였는데, 겉에서 보이는 조직의 문화/분위기와 실정이 달라서

자조적인 느낌으로 한 얘기였지만. 

(특히 큰 회사일수록)한 팀의 사정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알기 힘들다는 것. 설사 지금 지원하는 회사에 지인, 친구가 다니고 있어도 같은 부서가 아니라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 는게 골자였는데 그 회사에 다니면서, 그리고 시간이 흘러보니 납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직무 상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팀장/임원 레벨과의 교류가 정말 많았다.

전직원 교육, 행사를 담당한 직무 특성과 함께 상/하반기 공채가 같은 기수가 되는 다소 이상한 시스템으로 신입 공채 면접과 교육과정을 아주 가까이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이 두가지 상황이 합쳐지면 윗사람들이 말하는 온갖 정보랄지 가십을 듣게 되는데,

아마도 어린 신입 여직원이었던 나를 회사 내에 정치에서 자유로울거라고 생각하는 마음과 견제 대상으로 보지 않는 상황 + 부서장들과의 빨리 쌓인 친분의 콤보라고, 그 때의 나는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내게 말한 게 다겠냐마는, 그 이야기들로 배운 것이 한가지가 바로 앞서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누가 뽑히고 떨어지는 것은 생각보다 운과 궁합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팀 신입의 퇴사가 몇 년간 잦고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서 전체 점수로 1,2등이었던 후보들 보다 인적성에서 탄력회복성이 가장 높았던 내 동기가 뽑히게 된 경우가 있다. 

또 중간 관리자 급의 나이가 다 어려서 신입이 더 어린 사람을 선호하는 경우, 채용 단계 중 갑자기 팀원 한 명이 장기 병가를 내게 돼 그 사람이 하던 일을 커버할 수 있는 스킬이 선호될 경우 등등도 있었다. 

*

특히 인터뷰 단계까지 갔다면, 그 회사와 직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대부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실패는 운이었으므로 그냥 잊어버리면 될까? 아니면 난 지지리 운도 없네 하고 소주를 깔까. 

 

(2) 컨트롤

나라면 일단 둘다 한다. (실제로 소주를 마시지는 않았다 ^^; 근데 이력서는 쓸 때 와인은 많이 마심)

그리고 다시 CV를 다듬고, Coverletter를 읽어보고, 인터뷰 준비를 한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므로 알만한 소리를 쓰는 시간 낭비를 지금 나는 하고 있을테지만,

 

조금 다를 수도 있는 부분은

뭐가 모자랐지...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보다는

내가 진짜 딱인데 내가 그걸 설명을 못 했군... 내가 진짜 이번엔 떠먹여준다.. 하는 마음으로 한다.

개인적인 경험상 이 마인드는 생각보다 이직할 때 더 중요한데

취업이라면 당장 먹고 살아야되니 배수의 진을 친 마음으로 진짜 다음엔 붙는다 - 하게 되는데

이직을 할 때는 일단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으니 어영부영하다가는 그냥 다니던데 다니자 하는 마음으로 안일해지기 십상이다.

 

말했다시피, 지원 공고 행간의 숨은 요소들, 타이밍, 운과 같은 것들은 통제 밖에 있다. 

그러므로 통제 가능 한 것, 그러니까 나의 방식에 집중한다.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방식에 방점을 찍는 게 중요하다.

설명하는 방식, 준비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고, 안 해 본게 있다면 해본다.

사실 얼마나 내가 잘 났는지 설명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하므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인다고 봐도 되겠다.

 

더 다듬는 방법 찾기:

나 같은 경우는

  • 인터뷰 탈락 후에 피드백 달라고 요청하기
  • 인터뷰 전에 지인들한테 과제 봐달라고 하기
  • 업계 종사자에게 직무 내용, 중요하게 보는 것 등 알려달라고 하기
  • 한 동안 만들지 않았던 5줄 요약 답변, 인터뷰 준비 요약 노트 만들기

등이 있었다.

 

뭔가 나는 웬만하면 혼자하자!는 성미가 강해서 주위에 부탁을 잘 안하는데

이번엔 심지어 친구의 회사 상사가 과제를 봐줬다.

다시 마케팅이 더 중요한 직무로 가게 되니 이젠 중간 관리자 급이 된 친구들한테도 조언을 받았다.

영국으로 오면서 인터뷰가 상대적으로 덜 구조적이고 분위기도 말랑해져서 

그렇게까지 하고 있지 않던 인터뷰 공식도 다시 노션으로 템플릿을 짜서 준비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내 친구들이 나한테 가끔 부탁하는 방식들은

  • CV/ Coverletter/ 과제 피드백 해달라고 하기
  • 인터뷰 요령/노트에 대해서 상담하기
  • 인터뷰 외적 요소 신경쓰기 

등이었다. 

 

당신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친구들이 물어본 것 가운데

인터뷰 외적 요소, 즉 자세, 태도, 버릇, 말투 등은 중요하지만 특히 생각보다 간과되기 쉬운 요소다.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기본적이기 때문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제3자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알아챌 수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한국은 취업스터디, 모의면접 등이 워낙 많아서 이런 것을 남의 눈으로 보고 피드백 듣기도 쉽고 

내가 남을 보면서 깨닫게 되는 점도 있다.

말 할 때, 어- 음- 하는 소리를 많이 넣는다던지 하는 것부터 눈을 못 마주치는 것, 다리를 떠는 것 등등이

답변을 듣는 사람의 위치에서 얼마나 잘 보이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당연히 그런 느낌이 아니라서 여기서 새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구글에 how to do interview하면 물론 이 요소들이 다 나오겠지만, 

옷을 TPO에 맞춰 단정히 입으라, 자신감있는 표정을 지으라, 적당한 속도로 말하라 등등 다 알만한 소리만 하니까 읽기가 싫잖슴)

여기에 해외에서 취업하는 경우니 내가 영어를 할 때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습관적으로 잘 못 쓰고 있는 단어는 없는지를 한 번쯤 의식해야한다.

 

이런 부분은 정말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입장이 되보면 놀라울 정도로 잘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게 얼마나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지만, 어쨋건 이 요소들은 내 통제하에 있지 않은가.

정말 어색하더라도 한 번쯤은 카메라를 돌려놓고 답변하는 자기 모습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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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야 인사팀이 공채 대기실까지 다 평가하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이면서 도시괴담이지만서도

위에 언급한 회사 공채에서 같은 팀 대리가 내가 2차 면접 전에 화장실 잠깐 갔다와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한 손동작을 보고

"아 얘가 후보에 올라오면 나는 얘를 밀어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난 내가 손을 쓴 줄도 몰랐는데, 그게 너무 사람 많이 대하고 행사 많이 하는 직무에 찰떡인 성격으로 보였다고....


쓰기 전에도 알았지만 쓰다보니

더더욱 이 포스트는 뻔한 소리만 하는 글이고 그냥 내가 드문드문 한 생각을 나를 위해 정리하는 글이라는 걸 알겠다.

길어지기만 했으나....

누군가에게는 재밌겠지.......

*

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올해 상반기 한달 반 정도 꽤 많은 서류 합격 / 면접이 있었는데

그 때 대충..

- Sadler's wells

- Magnum Photos

- Tate

- Imperial War Museum

- British Library (여긴 서류합격을 왜 시켰는지 이해를 못해서 인터뷰 거절함.. 그 때 파리에 있기도 했고..)

- Goodman gallery

+ 자잘자잘한 예술/공연 관련 회사들이 있었다. 

테이트나 매그넘은 정말 내가 영국에 오기도 전부터 드림 직장으로 꼽았던 곳이라

사실 마인드 컨트롤을 잘 못 했다.

어떻게 한 번 돌아서 결국 테이트에는 왔지만 -

하다보니 내가 진짜 이 직무에서 영국인들 보다 잘 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한다 이 생각...)

하지만 그 생각에는 영양가가 없으니까.

*

내 뜻대로 되는 건

나는 서핑을 내가 여러번 도전해본 스포츠 중에선 가장 안 좋아하는데 내 몸 동작만 잘 한다고 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물살이 있고, 파도가 있고, 바람이 분다.

서핑보드도 잘 잡아둬야하고 수많은 다른 서퍼들과 수영하는 사람들도 신경써야 한다.

그 중에 내 뜻대로 되는 건 내 몸뚱아리 밖에 없다. (사실 그 마저도 잘 안 됨)

타이밍은 맞길 바라면서 테이크오프를 하고 자세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무게중심 이동을 한다.

그마저도 편안하게 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 했다.

 

결국에는 그렇다는 얘기다.

 

보드 위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머리 속으로 테이크오프 동작을 외우는 느낌으로 하는 수 밖에는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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