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크리스티스에서 전시를 하게 돼 오프닝 리셉션에 갈 기회가 생겼다.
Un/Sense는 Christie's의 NEXT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는데, NEXT란 신진 작가를 소개하고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미술품 경매와 거래가 주인 크리스티스의 일반적인 전시와는 달리 판매는 하지않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작가들이 80년대 후반-90년대 생으로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가했다. (2001년생 작가도 있어서.. 삶을 잠깐 반추했다;)
총 29명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하였고, 두명의 큐레이터 Pia Zeitzen과 Sasha Shevchenko가 구성하였다.
큐레이터들 역시 2019년에 골드스미스를 졸업한 신진 큐레이터들이었다.
(듣기로는 크리스티스쪽 기획자 역시 골드스미스를 갓졸업한 인턴이라고..)
전시 Un/Sense 는 'Absurd' 터무니없는, 불합리한, 혹은 부조리한 으로도 해석될 법한 이 단어, 현대의 어떻게 합리적으로 이해 불가능함을 주제로 삼아 기획되었다.
7월 19일이었던 오프닝 리셉션 날은 런던에 기록적인 폭염으로 40도까지 낮기온이 치솟았다.
기차와 튜브는 취소와 지연을 반복했고, 지하 속에 있는 튜브는 들어가자마자 숨이 턱 막혔던, 버스 손잡이가 뜨거워서 잡기 힘들던 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려나 생각했는데, 크리스티스는 인산인해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 전시장 내 인원 제한을 둔 크리스티스측의 규정으로 몇 십분씩 줄을 서서 들어오는 관람객이 태반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거울을 통한 전시 설명. Absurd 라는 컨셉에 맞게 일차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를 틀어서 보여주는 것이 재밌었다.
전시는 이처럼 벽면을 활용하여 재미있고 공간을 구성하는 점이 많았다.
전시 콘셉을 좀 더 덧붙이자면 이렇다. (Christie's Exhibition concept 발췌)
더 이상 말이 되지 않기 시작한 세상에서, Un/Sense는 선적이고, 결합적인 구조로부터 벗어나면서, 복잡성과 모순을 포용한다.
대신 기라성 같은 예술적인 목소리들, 현대의 불안정성과 그 혼란 속에서, 또 그 혼란을 통해서 위안을 찾기를 바라는, 그 목소리들을 육성한다.
그럼으로써 이 전시는 가장 중심에 불가해한, 불합리성을 둔 부조리주의자들을 포용하는 것이다.
부조리는 -확정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 결합적인 구조에서 어떤 의미를 지내는 것이 '말이 되는 것'들을 재창조한다
. 역설적으로, 특히 위기상황에서는, '말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이라고 할 수 있는 규범적인 논리와 비논리적이라고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오히려 논리적이 된다.
예상치 못하게 믿을 수 없어져버린 우리의 물리적 감각과 사회적 구조에 맞서면서, 안정이라는 특혜를 얻어내는 것은 엄청난 속도로 부조리적이 되면서 뒤집는 것이다.
이 부조리야 말로 더 이상 그럴 듯하지 않은, 좁고 독점적이고 또 불완전한 규범의 목격자다. 재창조의 힘을 가지면서도, 부조리는 진실도 거짓도 아니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이 것은 단지 현실 그 자체, 말 그대로 현실'이다'가 된다. ...
전시 콘셉을 읽고 나면 확실히 전시가 더 잘 보이긴 한다.
부조리라는 단어 아래에서 없어야 할 공간에 있는 오브제들,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물체들, 변주되는 감각들이 한 공간에 있다.
굉장히 사소한 것들을 꼬아둔 작품이 많아서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몇몇 작품은 작년 Saachi나 졸업 전시에서 본 것이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대부분이 RCA나 Gold Smiths 졸업생이라 분명 어딘가에서 봤을 듯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 중 하나로 Samuel Padfieldd의 ScreenScape.
표면이 굉장히 독특해서, 멀리서 보면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 같기도하고, 가까이서 보면 비오는 날의 창문같기도 하다.
레진 등을 사용해서 표면을 거칠게 만든 듯 하다.
부조리라는 테마나, 젊은 작가들이 많이 참여한 만큼 확실히 독특한 현대적인 작업이 많았다.
꽤 인상 깊게 본 페인팅 작품.
친구들이 모두 좋아한 작업인데 왜 인상적인지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 했다는 점 자체가 이 전시의 테마에 맞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도 서서 오랫동안 그림을 봤는데 굳이 뽑자면 그림에 단순한 부분과 디테일한 부분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으면서도 형태를 모두 알아 볼 수 있기에 뭔가 예상할 수 있는 지점과 할 수 없는 요소가 계속돼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추측밖에는 할 수 없었다.
Un/Sense를 함께 하고 있는 친구인 Maayan Weisstub의 작품.
아주 섬세하게 숨쉬는 사물들을 볼 수 있다. 책상과 책, 의자의 등받이와 앉는 부분, 우유까지도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호흡한다.
애니미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은, 세상에 영혼이 존재한다면, 사물에게도 영혼이 깃든다면 하는 것을 전제로 탄생하였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은 모두 미신이 되는 세상에서 숨쉬는 무생물이 여기에 있다.
호흡을 하듯 움직이고, 또 숨소리를 내는 물질. 과연 없는 것을 만들어 낸 것일지 혹은 단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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