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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런던] BFI 런던 필름페스티벌 LFF Expanded Programme

전시

by 곡물곡물 2022. 10. 7.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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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필름 페스티벌 2022가 개막했다.

Expanded Programme은 VR, AR, 인터렉티브 등 몰입형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다.

작년에 꽤 수준높고 재밌었던 작품을 본 기억이 있어서 올해도 방문했다.

총 17개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VR형 작품이 많다보니 연속적으로 계속 감상하는 것이 힘들고 다른 사람의 체험을 기다리기도 해야해 많아도 4,5개 이상 관람하기가 힘들다. 안내문에도 한 타임 당 3,4 개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써있다.

The Last Time I Saw Snow

자원봉사자들이 체험을 도와준다. VR헤드폰을 사용해야 하다보니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실행하기가 힘들다.

VR/ AR 작업이 많아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상현실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확실히 일반적인 영화와는 다른 경험을 준다.

모든 환경이 관람자 중심의, 1인칭 시점에서 시작되고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사운드 등 실제 환경 안에 들어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Pan + Tilt 라는 작품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공간을 특정해두고 관람자가 움직일 수 있다.

작품은 Joan Skinner라는 댄서를 기반에 두고 그의 안무를 VR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은 가상의 공간에서 이동을 할 때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댄서를 만난다. 하지만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무가는 기하학적인 형태로 존재하며, 춤을 추는 가상의 무대와 음악과 함께 변화한다. 도형의 모양 만으로도 이게 춤을 추는 인간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다.

이전에 Gazelli House에서 비슷한 작업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기계를 등에 짊어지고 이동해야 했다면, LFF에서는 그런 점이 없어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선을 확인하고 지정된 공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계속 확인해 준다.

 

Monoliths 라는 작업도 재미있게 봤다.

Lucy Hammond가 리드 아티스트로 진행한 해당 작품은 세 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를 읽듯 흘러가는 이야기는 이야기에 따라 공간을 바꿔가면서 진행된다. 모노리스는 각각의 공간에 존재하고, 이것이 서사를 구분하는 동시에 또 하나로 묶어주는 테마가 되기도 한다.

사실적이면서도,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손에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오브제를 들려주는 자그마한 상호작용도 하나의 재미였다.

 

 

A Still from All unsaved progress will be lost, BFI YouTube

All unsaved progress will be lost도 Monoliths와 유사한 점이 있는 작품이었다.

버려진 도심, 이제 식생이 가득 덮힌 콘크리트를 걸어나가면서 시로 구성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작품은 테마를 특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핍, 상실과 파괴, 탈출 등을 읽을 수 있는 내레이션을 통해 난민, 환경,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상황과 연결된다. 

 

The Infinite Library

The Infinite Library도 완성도가 높은 VR체험이었다.

관객은 모래가 들어있는 공간에 들어가서 헤드셋을 쓰고 체험을 하게 된다. 사실 실제로 보면 왜..굳이..여기에? 라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지만 VR 안에서는 훨씬 높은 몰입감을 주는 장치가 된다. 작품 내에서 원시적인 자연을 돌아다니게 되고, 마지막에 와서 모래사장으로 나아가거나, 모래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등의 느낌을 주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말하자면 영적인 방법으로 자연이나 인류에 대해서 설명한다. 관객은 몽환적인 동굴과 같은 환경을 탐험하게 되는데, 그 안에 있는 작은 호수를 통해서 반사되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마지막에는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며 체험이 끝나는 데,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도 고대에서 출발해서 문명으로 나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a Still from The Infinite Library, BFI YouTube

환경은 너무 잘 만들어져 있고, 물결이나 파도의 반짝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Pan+Tilt와는 달리 관객은 실제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작품 속의 텔레포트를 경험하게 되고, 물의 특성상의 지속적인 일렁임과 반사, 호수를 들여다 본다는 테마로 아래 위로 움직임이 계속있어 내가 체험해 본 것 중 가장 멀미가 일어나기 쉬웠다.

또 주변에 VR 외에도 3D 프린터을 통한 오브제, QR 코드 게임 등이 작품의 일부로 있다고 하는데, 이 점이 너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작년보다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게 하는 환경이었다.

또 Leake Street 자체가 인터넷이 잘 되지 않아 AR작업이나 QR코드를 사용하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너무 아쉬웠다.

VR 작품의 장단은 확실하다. 확실히 스토리 이해도와 몰입도가 높아지고, 정말 경험하듯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물리적으로 VR헤드셋이 너무 무겁고, 10분 이상의 감상이 너무 어려웠다. 

Digital Motions이나 Framerate과 같은 작품도 확인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보지 못했다는 것도 아쉬웠다.

최근 Babican에서 본 VR Performance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때의 경험이 너무 인상 깊어 기대치가 좀 더 높아졌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XR의 영역은 물리적인 한계를 언젠가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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