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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 - 박찬욱

삶의 잡기 Miscellaneous

by 곡물곡물 2022. 11. 1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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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진심을 숨기는 용의자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그들의 <헤어질 결심>
평점
7.9 (2022.06.29 개봉)
감독
박찬욱
출연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정영숙, 유승목, 서현우, 정이서, 이학주, 박용우, 박정민, 유태오, 정소리, 황재원, 신안진, 김도연, 고민시, 차서원, 주인영, 손관호, 정혁, 윤성원, 최선자, 진용욱, 안진상, 정하담, 최대훈, 김미화, 곽은진, 안성봉, 김성곤, 문순주, 현직, 한서울, 김도담, 문정대, 유인혜, 권혁, 유덕보, 이재하

- 헤어질 결심을 두 번 보고 쓴다. 여러 번 본 영화는 많지만, 영화관에서 한 번 이상 본 영화로는 첫 번째가 되었다.
- 서사도 좋지만 영화적으로 너무 뛰어나다. 영화적인 전환, 미장센, 시간의 편집점들
- 섬세하다.
- 박찬욱이 보여주는 한국이 너무 아름답다.
- 한국말을 못 하는, 한국말도 중국말도 못 하는 관객들은 언어의 미묘한 지점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사랑을 둘러싼 삶의 층위들


헤어질 결심은 지극히 입체적이다.
로맨스, 스릴러 라는 영화의 장르조차도 그렇다.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이자,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삶도 로맨스만으로 끝날 수는 없듯이.

서래는 역사의 피해자, 폭력의 피해자인 동시에 피의자, 살인자이다.
초록색으로도 보이고 파란색으로도 보이는 서래.
해준은 범인을 좇는 형사이면서 동시에 사건 용의자에게 반한 사람이며, 또 임호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준의 아내는 말한다. "당신은 살인도 있고 폭력도 있어야 행복하잖아"
기도수 마저도 소유욕으로 범벅된 가정폭력범이면서도 어떤 지점에서는 서래의 이야기를 처음 들어준 구원자다.
해준이 찾는 또다른 범인 산오도 그렇다. 그는 잔혹한 살인자지만 자기 여자를 위해서라면 죽기보다 싫은 일도 감수하려한다. 감옥 가는 것을 싫어하는 것 역시 소년원에서의 폭력이라는 피해자로서의 입지 때문이다.
일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삶의 복잡성.
어떤 면은 더 부풀어오르고, 어떤 면은 공허하게 납작해진다. (나 너 때문에 고생 깨나 했지만 사실 너 아니었으면 내 인생 공허했다)


극 내내 장면의 배치에서 (여느 박찬욱 영화처럼) 도드라지는 거울과 상은 인물의 이면을 지속적으로 조명한다.
카메라는 자주 비뚤다. 앵글은 너무 높거나, 너무 아래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익숙한 공간도 낯선 구석을 보인다.
안개는 자꾸 경계를 흐린다. 해준은 자꾸 안약을 넣는다.
산과 바다의 경계가 옅어진다. 해무가 자욱하다. 바람을 따라서 날리는 공기가 보인다.
'안개'가 헤어질 결심에서 중요한 지점은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


한국에 사는 중국인 피의자 송서래와 한국인 경찰 장해준의 대화-감정도 심플하지 않다.
그들의 언어에는 장벽도 많고 레이어도 많다.
서래의 말은 그의 휴대폰으로, 번역기의 목소리로 발화된다.
한 단어는 다른 단어들로 다시 풀어 헤쳐진다.
마침내. 오로지. 마음과 심장 사이에. 연속극에서 빌린 말들 속에.
서래와 해준은, 우리는 서로가 얼마나 그 말을 이해했는지 모른다. 알았거니- 할 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같은 언어로 말한다고 해도 진정한 의미는 타인에게 얼마나 도달할까?
해준이 문자를 썼다 지웠다 하는 것은 서래가 한국말을 잘 못 하기 때문이 아니다. 거기에는 어떤 섬세함이 있다.
언어와 언어 사이에서 어떤 것은 유실된다. 때때로는 그 공백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박찬욱이 말하듯, 헤어질 결심은 남녀가, 해준과 서래가 서로 만나고 또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극의 어디에서도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도 헤어진다고도 하지 않는다.
해준이 '내가 왜 서래씨 좋아하는지 안 궁금해요?'라고 하거나 서래가 극의 마지막에 가서 '해준씨가 저한테 사랑한다고 할 때'라고 하는 정도.
그들의 사랑은 스시에, 방수 밴드에, 가짜 중국식 볶음밥에 있고 휴대폰을 깊숙한 바다에 던져버리라는 지점에 있고, 또 사건 사진을 태우러 오는 때에, 숨겨둔 펜타닐을 떼어내는 때에, 피냄새 나는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때에 있다.
그리고 타인의 곁에서 잠들 수 있는 순간에 있다.
사랑한다고 말 하지 않는 사랑에는 어떤 온전함이 있다. 서로가 밉고 싫어도 섹스는 해야한다고 하는 사이에는 빠진 안전함이.
서로의 숨을 맞추는 때에, 파도처럼 들리는 숨소리.
인자한 사람이 아니라 산보다는 물이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소리.
해준은 이미 젖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의 사찰에서.
사자머리 해변은 이미 서래가 되어 버렸거나, 서래로 가득찼다. 운동화는 파도에 젖은지 오래고, 그는 점점 빠지고 있다.
붕괴된 것처럼.


극 내내 해준은 모호함에 휩쓸린다.
그는 계속 명료하게 보려고 하지만 서래를 놓치고, 산오를 (단서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놓치고, 자라를 놓치고, 아내를 놓치고, 서래를 또 놓친다.
그는 들여다 보지만, 또 질문하지만 때로 그것은 너무 겉을 긁거나 그조차도 하지 못 한다.
밤일을 하면서 아내를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서래에게 여기로 왜 이사왔냐는 황량한 질문을 하는 것처럼.
그는 '실루엣'을 봤다.

헤어질 결심은 미장센을 연극 무대처럼 이용한다.
주로 해준의 설명으로 인해 사건들이 하나의 장소로 몰려오고 시간이 중첩된다.
다른 시공간에 인물을 가져다 두거나, 배경에 갑작스럽게 조명을 켜 시간을 분리, 중첩시킨다.
마치 사건의 모든 것이 연극인 것 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서래가 베껴 말하는 연속극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해준과 서래의 '우리 일'은 미결인 채로 계속된다.
해준은 사랑할 결정도 하지 않았고, 헤어질 결심도 하지 않았다. 그의 품위의 모호함 속에 있다.
서래만 헤어질 결심으로 이포에 도달했다.
그녀는 꼿꼿히.
바다로 가요. 물로 들어가요. 해파리예요. 눈도 코도 없어요. 생각도 없어요.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요. 아무 감정도 없어요.
미결인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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