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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런던] 사라 루카스, Sarah Lucas: Happy Gas @ Tate Britain

전시

by 곡물곡물 2023. 11. 20.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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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테이트 브리튼에서 전시 중인 사라 루카스 개인전.
너무 재밌게 봤는데, 생각보다 관객수가 많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후기 + 전시 안팎의 감상을 써본다.
컨템퍼러리, 발칙한 설치 작품을 좋아한다면 너무나 재미있을 만한 전시.
사라 루카스 특유의 과감하고 통통 튀는 컬러감이 참고도 많이 되고 사진 찍기에도 예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큐레이션이랑 공간 활용도 너무 좋았다. 
 


Sarah Lucas at Tate Britain

사라 루카스는 원래 좋아하는 작가인데
내가 키치한 스타일과 유머러스하게 이슈를 다루는 법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골드스미스 출신의 YBA의 일원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트레이시 에민이랑 가게를 빌려서 The Shop이라고 스튜디오로 썼다고 함. 
영국 대표적인 작가 그룹 출신이라 작업 스타일이 도전적이고 현대적인데도 테이트 모던이 아니라 브리튼에서 전시 중인듯.
이게 테이트 브리튼을 주로 찾는;
예를 들면 Turner, John Singer Sargent 를 기대하고 찾는 관객들에게 어필되지 않는 요소이기도 한 것 같다.
뒤집어 말하면 이 전시로 좀 더 젊은 관객을 불러올 수 있을텐데, 그 점에서는 안타깝게도 상당히 실패하고 있는 중인듯..



 
루카스는 Sadie Coles 갤러리와 계약된 작가이다. 
(성적이고 도발적인 현대 작품이 많은 갤러리라 재미있는 전시를 많이 하니 추천)
겸사겸사 공부를 하자면
사라 루카스는 'Artist as Subject', 주제로서의 작가라는 접근 방식으로 본인의 초상으로 작업을 많이 남겼다.
사진으로 돼 있는데 지금 테이트 전시 벽면에 걸려 있는 사진이 다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렌즈를 똑바로 쳐다보거나 상당히 남성적인 자세로 찍힌 모습이 많다.


그 중에서 바나나 먹는 사진이 있는데,
그 작품에 대해서 '그냥 바나나가 있어서 먹었고, 그 모습을 찍었을 뿐이다'라고 코멘트 했다는 게 이 작가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루카스 작업에는 성적인 요소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업이 많은데,
아니 사실 지금 브리튼에 전시하는 모든 작업이 그렇다고 봐도 된다.
가장 많고 또 눈에 띄는 (가슴이 다량으로 붙은) 의자들 - Bunnies 시리즈.
어떤 인터뷰에서는 그냥 딱히 예측하지 않고 눈에 띄었던 랜덤한 것들을 고른 거라고 하면서도
또 다른 인터뷰에서 의자가 어떤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자에 기묘하게 붙은 가슴과 다리로 된 텍스타일의 소프트 스컬프쳐는 어떤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어쩐지 자연스럽게 '의자'로 대변될 수 있는 권력,
그 안에서 떠오르는 성적인 관계성과 '원초적 본능'에 뒤따른 미디어의 여성 이미지.
또한 결국 의자는 '앉는' 것이므로 무수하게 달린 가슴 위에 앉게 된다는 무의식의 연쇄다.
물론 의자에는 남성기적인 상징도 있으므로, 만약 우리가 사라 루카스의 의자에 앉을 수 있다면
남근의 형태도 깔아뭉개게 될 것이다.
- 길쭉한 다리의 모양이 토끼처럼 보여서 Bunny라고 이름 붙였다고 생각하지만, 
토끼가 정력이 약한 남성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도 아주 재미있는 지점이다. 
 

그리고 브리튼 가든에 누운 남근상징들


나는 뒷구르기를 하면서 생각해도 페미니스트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미팅 중에 전시가 부진한 이유한 얘기를 하다가, 
작품이 너무 반복적이고 (이 점은 동의하긴 한다), 또 많은 가슴을 보는 데에 관심없다.
마마 컴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작품이 아니냐 - 는 이야기가 나와서 상당히 신선했다.
또 테이트 인스타그램에 가면 "What universal question is the suspended boob chair asking?" - 도대체 가슴달린 의자가 뭔 우주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단말이냐" (ㅋㅋㅋㅋㅋㅋ)하는 코멘트가 달려있고 거기에 대토론이 벌어져 있다.
그 상황에서도, 지금 사라 루카스 좋다는 글을 30분 째 쓰고 나서도 딱히 틀렸다는 생각은 안 드는 코멘트들이다.




아니 뭐 맞는 말이지.
나는 이 논의들까지도 이 작업들을 한 번쯤은 보게 하고, 또 더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한다.
어쨋거나 나는 남자들의 웃통까기에 대한 미디어 만평은 한 번도 못 봤지만,
여성의 젖꼭지에 대한 남여의, 여성들끼리의, 미디어 백분토론을 보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루카스 본인이 말했듯이, 이 작품들은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며
가슴은 거부감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
엉덩이에 꽂힌 담배 (담배는 전통적으로 남근적인 상징이다)가 상징하는 바가 내가 원하는 바이다 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작품들이 불러오는 일종의 불쾌함,
(의자에 달린 형광등이나 천뭉치가 왜 불쾌해야하는가? TV시리즈 시작 30초만에 남녀가 뒤엉킨 장면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그리고 그것에 대해 촉발되는 - 생산적이든 비 생산적이든 - 대화가 나는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암튼 나는 추천하는 바...
20파운드의 입장료가 조금...비싸게 느껴질 수는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럴땐 테이트 멤버십 가입을 한 다음 Women In Revolt도 같이 보면 개 이득
(1년에 모든 전시가 무료로 72파운드인데 전시 2개보면 이미 40파운드! - ㅎ )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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