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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런던] Body Politics @Barbican / 바비칸 센터

전시

by 곡물곡물 2023. 1. 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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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y Politics at Barbican, London

캐롤리 슈니먼 Carolee Schneemann의 전시를 Body Politics 라는 타이틀로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하고 있다. 

전시는 2023년 1월 8일까지.

개인적으로 '이 전시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려가기 전에 후기를 쓴다.

Schneemann은 이 전에 알고 있던 작가는 아닌데, 1950년 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작가이며 

페미니즘적 요소를 작업에서 뚜렷하게 볼 수 있다.

 

'정치적 신체' 라는 이름에서 신체와 이미지 - 특히 대상으로서의 위치에서 그것들을 다룬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전시는 슈니먼 Schneemann의 초기작부터 좀 더 최근작으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그 속에서 Body, 신체가 어떻게 묘사, 표현되고 표현 대상에서 미디엄으로 강하게 자리 잡아가는지를 볼 수 있다.

전시 설명에 "Schneemann was engaged with an expansive body politics that challenged the idea that the body and mind are divded."라는 구문이 있다.

20세기에 현상학의 등장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더욱 흥미로운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정신과 몸은 분리되지 않고, 살아있는 몸이 인지하는 세계의 시작점이라는 것이 현상학의 기본적인 접근인데,

감각을 경험하는 신체를 바탕으로 그녀의 주변 환경, 세계를 엮어내간다는 그 다음 문장으로보면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구성한 듯 하기도 하다.

 

전시 감상

전시의 시작은 슈니먼의 페인팅 작업부터 시작된다.

추상적이고 표현주의적인 요소가 많은 그림인데 몸을 묘사하고 있다. 작업에는 슈니먼의 연인이었던 Tenney와 그녀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Carolee Scheemann, Personae: J.T and Three Kitchs (1957) @Barbican (2023)

이 작업에서 Tenney의 몸은 고정되어 있고, 고양이는 계속 움직이는 모양으로 그려내면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줬다고 하는 게 너무 재밌다. 

 

페인팅 작품들부터 이 작가가 평면 캔버스에 만족하고 있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들이 있는데, 

Pin Wheel이라는 작업 시리즈는 캔버스를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든 뒤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Pin Wheel 시리즈의 판화 드로잉 @Barbican (2023)

Pin Wheel로 제작된 페인팅이 전시관의 가장 첫 작품이다.

매시 15분과 45분에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준다길래 다음 섹션을 보면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전시관에 일하는 분 중 한 명이 5분 전부터 앞에서 대기하다가 수동으로 휙 돌리셨다.

상황은 너무 웃기고 작품은 재미있었다.

 

그 다음 섹션의 타이틀이 Breaking the Frame으로 캔버스 밖, 입체적인 요소가 추가된 작업들을 볼 수 있다.

Carolee Schneemann, One Window Is Clear - Notes to Lou Andreas-Salome (1965) @Barbica (2023) 캔버스 탈출 중

 

이런 삼차원의 요소들은 그 다음 Box-Constructions에서 정말 잘 보여진다.

작업들은 아주 실험적인 과정을 동반한 조각 작품으로, 나한테는 너무나 흥미로웠다.

이는 슈니먼의 어린 시절 인상 깊었던 단어 'Gestalt', 게슈탈트에 대한 이야기로 설명된다.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전체. 

 

박스 안에 부서지고 깨지고 아무렇게나 펼쳐진 요소들은 각각의 파편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작은 박스를 우리는 어떤 소중한 혹은 사소한 물건들을 보관하는데에 쓰곤 한다.

어린 시절에 한 번쯤은 모아봤다거나 신경쓰지 않고 있다가 어디선가 발견되는 오래된 상자. 

그런 문맥을 가진 요소들을 관객으로서의 나는 떠올리게 된다.

작품의 요소에는 사진이 있어서 더 스토리를 담은 물체를 연관시키고 만다. 

 

슈니먼은 창작과정에서 박스를 불에 태우기도 하고, 박스를 안 쪽에서 폭발시키기도 하는 등의 방식을 썼다고 한다.

그 결과로 작은 공간 안에서 미적인 요소가 생기고 오브젝트들 사이의 관계가 발생한다.

어떤 사건의 결과로 놓여진 작품들이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해프닝의 과정들은 그의 퍼포먼스 중심의 작업에서 점점 더 두드러진다.

Meat Joy라는 퍼포먼스 작업은 비엔나 MuMok에서 보고 되게 급진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슈니먼의 작품으로 바비칸에서도 전시 중이었다.

Kinetic Theater를 지향하고, '몸'이라는 것에 대한 터부에 반항하는 것을 주제로 한 작업은

페인트, 종이 등과 함께 육고기, 물고기, 닭고기 등과 함께 펄떡거리는 몸들을 볼 수 있다.

퍼포머들은 서로 엎쳐지고 겹쳐지지만, 생선은 그들의 얼굴에도 다리 사이에도 있지만 이게 섹슈얼한가?

이 퍼포먼스 영상이 묘하게 성적이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 실제적인 행위에 있는지,

혹은 우리가 몸을 어떤 성적인 것, 혹은 저렇게 다뤄지거나 보여져서는 안될 것으로 두기 때문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전시가 진행될 수록 몸은 작업의 전면으로 떠오른다. 

몸은 이제 캐롤리 슈니먼 작업의 중심이고, 또 그가 생각을 표현하는 캔버스이자 붓이 된다.

Fuses는 실제 성교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다.

작품 설명을 먼저 읽고 무엇이 영상에 보일지 상상해지는 과정에서

평소 몸이나 성 행위를 둘러싸는 담론이 떠오른다. 

 

전시는 두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1층에 있는 작품이 더욱 급진적이다. 

Interior Scroll 이라는 퍼포먼스 작품은 여성의 질 속에서 긴 종이 쪽지 (말그대로 scroll)을 꺼내는 퍼포먼스다. 

퍼포머는 'Woman in the Year 2000'이라는, 여성 작가가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텍스트를 읽는데

Scroll에는 그 텍스트의 나머지 부분이 적혀있다.

Year 2000에 차별로부터의 자유가 오기를 상상한 1975년의 작가. 

캐롤리 슈니먼은 2019년에 별세했다고 하는데, 그는 과연 자유에 만족하고 갔을까?

 

바비칸의 전시 설명은 본 전시가 당대의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몸을 터부시하고, 아직도 남성 중심의 성교 장면을 떠올린다.

그의 작품은 아직도 불편함을 주고, 우리를 당혹케 한다.

 

나는 그저 이 작품들이 꼿꼿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 작가가 다루고 있는 해프닝들, 공간으로 튀어나오는 조각들, 그리고 텍스트가 많이 포함된 작업 성향이 

너무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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