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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런던] 코넬리아 파커 Cornelia Parker @Tate Britain

전시

by 곡물곡물 2022. 6. 7.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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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브리튼에서 진행 중인 Cornelia Parker 코넬리아 파커전에 다녀왔다. 몰입감 높은 설치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인 코넬리아 파커는 작가 본인의 일상 속의 오브제들을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이번 테이트 브리튼에는 다섯 개의 대형 설치 작업을 비롯해 드로잉, 비디오 작품 등 도합 100여개 정도의 작품이 전시됐다.

Island by Cornelia Parker

 

 

 

 

전시는 Thirty Pieces of Silver라는 설치 작품으로 시작한다. 제목처럼 은식기가 30곳에 나뉘어 둥근 원형으로 매달려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 은식기들이 모두 다른 역사와 기억을 가진 물품일지라도 모두 한 날 한 시에 납작하게 눌려버린 오브제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죽음과 연관 짓는다. 작품은 공중에 떠 있는데, 그래서 매달려 있는 은식기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들이 부딪히는 소리를 상상하고, 소리가 더할 수 있는 의미를 떠올려 본다.

 

 

 

 

Thirty Silver by Cornelia Parker


다음 전시실에는 작은 조각들과 오브제가 Small Sculpture, Avoided Objects and Textile works 이라는 이름으로 놓여져 있다.
여기서 코넬리아 파커의 개념적인 면모가 두드러진다. 전시 설명에 적혀 있는 것처럼 그는 불특정한 사물들을 가지고 시를 쓰는 것처럼 사물의 특정한 모퉁이를 찾아내고 또 배열해낸다. 일부는 작업 중에 도출된 의도치 않은 결과물 같은 것 같기도 했는데 그래서 Working in Progress를 어떻게 잘 보여주는가 하는 훌륭한 예시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를 들면 Negatives of Sound 라는 작품은 시각적으로는 마치 검은 잉크가 대충 튀어있는 아크릴 판 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연구 중에 찾은 Abbey Road 스튜디오에서 레코드 판에 음악이 새겨지는 동안 생긴 자국이다. Embryo Money라는 작품은 동그란 금속 모형에 지나지 않지만 작가가 웨일즈에 있는 조폐국에서 표면이 새겨지기 전에 얻은 것이다. 이렇듯 이 공간의 오브제들은 현대 작가가 어떻게 물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떻게 선보이는가를 보여준다. 또 작가가 어떻게 물성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는가를 드러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있고 영리했고, 추구하고 싶은 작품 방식이라 생각했다.

 

 


그 후 연결되는 작품은 이 기획전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Cold Dark Matter: An Exploded View 이다. 실제로 헛간 하나를 폭파시켰다고 하는데 그 파편들을 주워모아 재구성한 것이다. 첫 번째 방의 작업처럼 역시 공중에 걸려있는 형태로 폭발의 조각들은 바람이나 관객의 움직임 같은 외부 요건들에 의해 움직인다. 마치 시간이 폭발의 순간에서 멈춘 것처럼, 그 자리에서 미세하게 흔들리기만 할 뿐이다.

 

 

 

Dark Matter : An Exploded View by Cornelia Parker
Dark Matter : An Exploded View by Cornelia Parker

 

 


코넬리아 파커의 작품은 어딘가 심플한 데가 있다. 공간을 가득 채워내는 존재감이 있고, 시각적으로도 아주 흥미롭다. 개념적으로도 아주 여러 층위의 의미와 과정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에서는 어쩐지 시원시원하고 직관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Perpetual Canon by Cornelia Parker

 



War Room이나 Island 같은 작품에서도 이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붉은 실과 천을 이어붙여 한 전시실을 텐트 모양으로 가득채운 War Room은 그 강렬한 색채와 규모에서 관객을 압도한다. 이 공간에 들어간 순간, 논리적인 비평을 이어나가기 전에 작품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설치된 요소들 마저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섬유와 색은 파커가 세계 1차 대전에 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영국에서 퇴역군인 자선 모금을 할 때 쓰이는 빨간 양귀비와 이것을 제작하는 공장에서 온 것이며, 또한 거기에 1520년대의 헨리 8세와 프랑스 사이의 평화조약의 메타포가 있다. 온실에서 나오는 빛과 패턴을 뿜어내는 Island 역시 비슷하다. 비쥬얼적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것과 동시에 설치된 온실과 조명, 그 안의 타일 등 작품의 구성 요소들은 이해하기가 쉽다. 그러나 유리벽에 그려진 획들은 도버 지역의 절벽에서 만들어진 분필로 그려진 것으로, 영국의 해안선과 브렉시트, 안과 밖의 정치적이고 은유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War Room by Cornelia Parker


Magna Carta 등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전시 전반적으로 이 작가가 모든 요소에 의미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굉장히 현대적인 작가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작품 설명 자체가 작가가 직접 과정이나, 출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게 코넬리아 파커전에 아주 잘 어울렸다. 작가가 굉장히 기인이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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