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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런던] Future Shock @180 The Strand

전시

by 곡물곡물 2022. 4. 2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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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The Strand 에서 4월 28일부터 공개되는 Future Shock Exhibition Private View를 다녀왔다.
디지털 작품, 시청각 설치 작품을 사용해서 몰입감이 강한 환경을 만드는 전시를 많이 하는 전시장답게 이번에도 디지털을 주요 표현 방식으로 사용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180 The Strand, Future Shock 그래픽


'Future Shock'이라는 이름답게 작품들은 인공지능, 홀로그램,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서 공간과 감각의 다른 차원을 상상한다. Ryoichi Kurokawa, UVA, Lawrence Lek, Nonotak 등 15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스크린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으로 확장되고 동시에 관객은 다른 차원과 상호작용하며 작품의 부분이 된다.


Ryoichi Kurokawa, Subassemblies Photo by Me
Ryoichi Kurokawa, Subassemblies Photo by Me




전시장은 료이치 쿠로카와의 Subassemblies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Subassemblies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고찰하면서 두 대립항이 병치되고 합쳐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3D 디지털 맵핑을 사용해서 실제감있는 건축물, 숲의 모습을 분자형태로 구현하고 있는 해당 작품을 두 개의 마주보고 있는 스크린으로 설치해 그 사이에 놓인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다음 지하에 위치한 180 The Strand의 전시장으로 내려가는 복도에는 UVA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Topologies의 또다른 버전으로 보이는 데, 레이저를 이용해 벽, 천장과 바닥을 가르는 빛으로 새로운 면面 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어두운 복도에 생겨난 가상의 벽을 통과하며 실제로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다른 곳으로의 승차 경험을 받는다.

UVA, Vanishing Points Photo by Me


UVA의 또다른 작품 Vanishing Points도 한 켠에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 역시 레이저 빛을 활용해서 공간에 선과 점을 만들어내는데 여러 겹의 스크린을 이용해서 허공에 면이 차오르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낸다.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오는 빛을 통해 관객 역시 빛으로 새로이 구획된 면 안에 존재하게 된다.

전시장은 미로처럼 구성되어 하나의 작품을 통해 또다른 작품으로 빠져나간다. Lawrence Lek의 여우가 인도하는 이야기에서 Weirdcore가 선보이는 형형색색의 공간으로.

Photo by ME
Photo by ME
Photo by ME


NONOTAK의 Daydream V.6 역시 영리한 방법으로 현실에 환영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아티스트 듀오인 NONOTAK의 작품은 스크린 상에서는 검은색과 흰색의 스트라이프가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거의 최면적인 경험을 만들어낸다. 이 검은 스트라이프는 프로젝션 상에서 사라지고 흰색의 선만 남은 채로 공간에 설치된다. 시각적인 요소와 맞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작품 앞에 앉은 관객은 여러 개의 스크린 사이에 놓인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


NONOTAK, Daydream V6, Film by ME

NONOTAK, Daydream V6 Photo by ME



해당 전시는 2022년 8월 28일까지 열린다.



이 포스트에 약간의 감상을 덧붙이자면, 180 Studio가 내놓는 전시는 어딘가 하나가 부족하다. 그들의 큐레이션일지, 공간 기획일지, 개념적인 중심부일지, 혹은 모두 다 일지 모르겠다.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이 전시 공간은 늘 디지털 예술작품, 몰입형/상호작용형 경험의 최전방에 있는 작품들을 내놓는다. 이번에 참여한 료이치 쿠로카와, 로렌스 렉, UVA도 그렇고 그 이전의 LUX에서 선보였던 Universal Everything, Cao Yuxi, Refix Anadol 등 굵직굵직한 이름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작품은 분명 돋보이는 형태로 설치된다. 그러나 그 뿐이다. 전시에는 메시지가 없고, 그들의 전시 설명은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허문다.'; '경계 공간의 경험을 실현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예술을 통해 상상력을 혹은 오감을 자극한다.'. 그저 하나의 멀쩡한 공간에 이런저런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작품을 넣어둬 이 작품들 하나하나의 여운 역시 퇴색된다. 아니 어쩌면 대부분의 작품들 역시 전시와 같은 작품 해설을 덧붙인다. 그저 미디엄에 따른 변주가 있을 뿐이다. 물론 작품이 기술자체를 탐색하는 것에 잘 못 된 것은 없다. 하지만 이번 Future Shock에 있는, 180 스튜디오에서 커미션 했다는 Weirdcore의 Subconcious를 보면 그 기술이나 경험 자체도 거의 가식적인 겉핥기 같은 것이다. 색색의 선으로 직사각형 공간의 감각 자체를 허물어 내고, 쿵쿵 거리는 전자 음악으로 파티장 같은 느낌을 유도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 그 누구도 춤추지 않는다. 아니, 그러니까 작품이, 공간이 그 경험을 유도하지 조차 못 한다. 관객의 경험은 '아 작가가 이걸 유도했구나'에서 끝난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흔적을 남겨버린 조악하게 붙은 시트지다. 그 공간은 또 다른,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는 공간으로 옮겨 간다. 

180 The Strand는 어찌됐건 그들을 갤러리라고 칭하지 않고, 전시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도하는지 쓰지 않는다.

그들은 큐레이팅한다고 주창하지 않고, 예술이라 말하는 대신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일단 괜찮은 것일까?

나는 어쨋건 그들이 선보이는 몇몇의 작품을 즐기고, 런던에서 가장 액티브한 경험형 전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가끔 그들이 말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이 모든 작품들을 감상하는 방식을 가장 얕은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는 것이다.

 

 

 

180 The Strand, Private View Re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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