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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파리] 전시들@Bourse de Commerce, Pinault Collection

전시

by 곡물곡물 2022. 5.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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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파리 Bourse de Commerce, Pinault Collection (피노 콜렉션)에 다녀왔다.

원래 파리 상업부 건물(Paris Chamber of Commerce)로 사용되다가 작년에 피노 콜렉션이라는 미술관으로 개관한 Bourse de Commerce.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안에 들어가보면 안도 다다오 느낌의 콘크리트 구조를 볼 수 있다. 동시에 오래된 프랑스 건물도 보존해서 쿠폴라 천장이나 이중 나선 계단 등 건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는 뮤지엄이다.
피노 콜렉션이니 당연하지만 뭔가 상당히, 프랑소와 피노의 취향이 느껴지는 전시들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일부 상설 콜렉션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바뀌는 듯하다.


Pinault Collection 전경
boy with frog, Charles Ray


Charles Ray

내가 갔을 때 가장 메인 전시는 찰스 레이였다. 처음 들어갔을 때 바로 보이는 쿠폴라 천장 아래에 중앙 로비 부분 로툰다(Rotunda)부터 2층 살롱 전시장을 사용했다. 찰스 레이 특유의 실물 크기의 어딘가 기괴하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조각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작가는 아닌데 이 전시장의 공간과 정말 잘 어울리게 조각들이 놓여져 있다고 생각했다.
작품들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섬세하다. 극사실주의로 구분될 작업들은 어딘가 아무렇게 놓여있는 듯한 신체의 형태로, 허공을 향한 시선으로 뒤틀려져 있다. 그래서 계속 보게 된다. 주제자체도 모던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아이코닉한 작품 중 하나인 Boy with frog를 지나면서 여기가 프랑스라는 사실로 웃기기까지 했는데, 프랑소와 피노의 커미션으로 탄생한 작품이었단 것은 나중에 알았다. 하얀 색으로 칠해진 스테인레스 스틸이 대부분이지만 알루니늄이나 시멘트 같이 재료가 다른 작품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시멘트의 먼지를 그대로 얹어둔, 아니 먼지가 날리는 것처럼 만들어진 표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Felix Gonzalez - Torres & Roni Horn

Roni Horn, Well and Truly

로비층 전시실에 전시 중인 (듀오전이라고 불러야 할까?) Felix Gonzalez-Torres와 Roni Horn.
Roni Horm의 Well and Truly 라는 작업이 너무 좋았다. 유리로 만든 조각인데 이름처럼 마치 우물처럼, 혹은 그냥 투명한 용기에 담긴 물처럼 보이는 작품이다. 푸른색 계열의 색만 다른, 똑같은 작업들이 여러 개 놓인 굉장히 미니멀한 작업이다.
자세히 보면 표면 장력처럼 조각의 표면이 살짝 둥글게 올라와 있고, 어떤 것은 안에 기포가 하나 둘 보이기도 해서, 잘 못 치면 곧 쏟아질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관객의 얼굴이 보인다. 오후 시간에 전시장으로 들어오는 빛이 투과해서 조각과 만드는 공간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Dominique Gonzalez-Foerster, Opera

1층에 전시 중인 비디오 작품 Opera. 재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전시관은 정말 한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하게 되어 있는데, 관객은 안에 어스름히 조명이 떨어지는 곳을 따라 걷거나, 혹은 그 곳에 멈춰서게 된다. 그리고 먼 발치에서 공연을, 공연의 홀로그래프 프로젝션을 보게 된다. 이 오페라는 시작도 끝도없고 계속 해서 반복된다. 전시장의 암전이 너무 완벽해서 시간과 행위의 감각을 혼란시키는 작품의 의도가 너무 잘 재현되었다고 느꼈다.
작품을 보는 중에 두 분의 할머니가 들어오셨는데, 너무 깜깜해서 놀라시다가 같이 오페라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좋았다.

Protest Sounds

지하에는 Protest Sounds 라는 비디오 작품들의 그룹전이 진행 중이었는데, 좋아하는 Cao Fei의 작품도 포함돼있었다. Whose Utopia라는, 중국 어딘가의 노동을 포착한 작품은 그 작업자들의 숙소의 이층침대 등을 옮겨온다. 가득 쌓인 상자 한 가운데 설치한 디스플레이도 너무 재미있고 영리했다.
Allora & Calzadilla의 Returning a Sound라는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연출적으로 꽤 쉽고 개념적인 비디오 작품인데 영역, 토지를 다시 점거하려고 한다는 시도를 너무 단순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미군이 차지한 푸에르토리코의 영토를 가져오려는 50년 간의 노력을 소리를 통해 보여준다. 작품 속에 한 남자가 나타나서 계속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저곳을 정처없이 다닌다. 영상은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남자만을 보여준다. 남자는 처음 출발 장소로 와서 오토바이에서 내리고, 비디오가 다시 재생되면 다시 오토바이에 탄다. 대신 영상에는 괴상한, 어쩌면 우스운 소리가 있다. 트럼펫을 닮은 가짜 파이프가 배기통에 달린 것이다. 남자는 이 곳의 활동가고, 그들의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퍼진다.

Cao Fei, Whose Utopia

In-situ works

너무 귀여운 장소특정적 작품들. Bourse de Commerce의 이 곳 저곳을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작품 기획에는 아티스트와 그들의 전시공간, 방문객과 뮤지엄 사이의 관계를 프레임 밖에서 고찰한다고.
전시관 마지막 층 로툰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공간에서 가짜 비둘기를 발견했을 때, 반쯤은 황당했고 반은 너무 재밌었다.
Maurizio Cattelan의 작품이라고 하는 이 비둘기들은 너무나 사실적인 모습으로 한 구석에 멈춰서 있다. 마치 기차역 실내로 날아들어온 모습 그대로.
로비층의 북샵 옆을 지나가면 누가 자꾸 중얼거리를 소리를 듣게 된다. 소리를 따라가다보면 구멍 사이에서 튀어나와 쉴새 없이 말하는 쥐를 만난다. Ryan Gander가 연출한 이 쥐는 엘리베이터 앞이라는 너무나 일상적인 위치에서 공간을 자꾸 둘러보게 한다. 쥐는 말을 할 것처럼 자꾸 입을 떼지만 결국은 무의미한 음, 어, 어,,, 를 반복할 뿐이다.

가짜 비둘기들 Maurizio Catte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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