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런던] Dance Reflection - DANCE by Van Cleef and Arpels

런던에서 3월 9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댄스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반클리프 앤 아펠의 후원으로 주최되는 행사다.
9일에 가장 첫 공연으로 열린 DANCE by Lucinda Child, PHILIP GLASS를 Sadler's Well Theatre에서 관람하였다.
(공연 참고 영상: https://youtu.be/zW40Su5m0rI )
프랑스 리옹 발레단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로 포스트 모던 무용에서는 꼭 봐야할 것 중 하나라고 한다. Dance가 선보인 것은 1979년이라고 한다. 당시로서는 굉장히 전위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현재에도 전위적임..) 동시에 우리는 아직 20세기 후반의 모던 아트의 유산 위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말하자면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류의 무용이다.

A still from Dance, *Photo Credit: https://www.dancereflections-vancleefarpels.com/en/show/dance Photo: © Jaime Roque de la Cruz

실제로 공연은 굉장히 미니멀한 음조와 동작의 반복으로 이뤄지는데, 60분동안 보고있다보면 잔인할 정도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공연의 주제를 내가 붙일 수 있다면 '시간'이 될 것이다.

A still from Dance Reflection's Trailer

두 명의 무용수가 짝을 지어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Dance는 무대 앞 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동일한 무용수들이 같은 동작을 하는 모습을 프로젝팅한다. 프로젝션과 함께 무용수들은 동일한 춤을 추고 있는 과거의 자신과 무대에 오르게 된다. 영상은 과거에 이 퍼모먼스가 행해지고, 카메라의 담긴 순간을 현재로 가져온다. 그러나 이 영상이 언제 찍혔는지, 모든 영상이 같은 시점에 존재했던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관객은 한 무용수의 복제, 혹은 잔상을 보고 여러 층위의 시간을 동시에 경험한다.
Philip Glass가 작곡한 극단적으로 반복되는 음악을 듣다보면 자연히 연습을 하는 동안 이 음악을 계속 들었을 무용수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순간의 상상을 통해서 프로젝션 이전에 존재하고 있는 순간들이 관객에게로 다가온다. 이 공연의 1시간 동안 거대한 시간의 압축이 존재하는 것이다. 단순한 음이 반복되는 음악은 과거와 현재, 나아가서 곡의 전개에 대한 감각을 혼동시킨다.

나는 극장의 가장 높은 좌석에서 극을 관람하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마치 무대가 시간이 갇힌 공간처럼 느껴졌다.

A still from Dance Reflection's Trailer

프로젝션이 공간을 나누는 방식도 굉장히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공백의 무대를 무대미술로 나눈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영상은 크게 다른 앵글을 사용하지 않지만 스케일과 프로젝션 하는 위치의 변화를 준다. 비디오 속의 무대는 실제의 무대와 겹쳐지기도 하고 좌우로, 혹은 상하로 놓여지기도 한다. 가장 위쪽 자리에서 보았을 때는 프로젝션이 무대의 원근감과 함께 겹쳐지면서, 때로는 무용수와 함께, 혹은 앞 뒤로, 양 옆으로 위치되면서 공간을 가득채우는 느낌을 주었다.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이 있는 극예술에서, 보통은 다양한 구조물과 무대장치를 사용해서 장소를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Dance에서는 그 어떤 장치없이 공간을 나눠내는 효과를 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인상 깊었다. 나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라이브 공연보다 영화를 훨씬 선호하는 축인데, 그 이유로 어떤 공간적인 한계도 있지만 영화 안에 존재하는 특수한 시간의 매혹적임이 있다. 해프팅, 이벤트로 늘 달라지는 퍼포먼스만의 매력도 있지만, 어쩐지 그것이 휘발되는 느낌을 지우지 못 하는 것이다. 하지만 Dance에서 보여지는 이러한 실험들은 어떤 하나의 축을 더한 것처럼 감각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시간은 중첩되고 공간은 구분되는, 그런 것들이 다가오는 공연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A still from Dance Reflection's Trail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