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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런던] Dance Reflection - Une Maison by Christian Rizzo

공연

by 곡물곡물 2022. 3. 2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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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Cleef & Arpels의 런던 페스티벌의 공연 중 Une Maison을 보러 한 번 더 다녀왔다. 본 공연 역시 Sadler's Well theater에서 진행되었다.


Une Maison은 LED 구조물을 무대에 설치해서 극 중에 연출을 함께 하는 것이 특징인데, 조명이 설치되어 있는 사진을 보고 처음 Dance Reflection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공연영상: https://youtu.be/x87dEbgCyS0 )

Une Maison은 a house, 그러니까 하나의 집 혹은 어떤 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공연이다. Christian Rizzo 크리스티앙 리조는 안무가이며 또한 무용수로써 공연에 참여한다. 극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Rizzo는 '공간'에 관한 작업을 선보이며, 반클리프의 카탈로그에 따르면 해당 공연 역시 공간 안에 있는 신체들을 나타내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공연은 하나의 서사를 가지고 진행된다.
처음에는 무음의 상태로, 마스크를 쓴 하나의 무채색 신체가 있다. 그는 말이 없고, 동일한 동작을 반복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대 위로 타인들이 등장하고 그들 간의 상호작용이 시작된다. 몸의 동작은 점점 더 다양한 방향으로 변주해 나간다.
각각의 개인들은 마치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면서 그들 사이에 지지와 반목, 균형과 와해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A still from Sadler's Well Theatre Trailer: https://www.sadlerswells.com/whats-on/christian-rizzo-une-maison/

끊임없는 만인과 만인 사이의 투쟁 사이에서 무채색이었던 무용수들은 이제 다양한 의상으로 등장하며, 보다 복잡한 형태의 협동이 필요한 안무를 해나간다. 조명의 구조물은 빛이 되기도, 어둠이 되기도 하며 머리 위에 떠있다. 처음부터 무대 위에 놓여있던 거대한 흙더미는 공연이 진행되면서 점차 무너지고, 안무가들은 차례를 바꿔가며 흙을 무대 전체에 뿌린다.
마지막에 무대 전체는 흙으로 가득차고, 이제 첫 몇 분동안의 적막한 신체들은 형형 색색의 옷을 입고 가지각색의 가면을 나눠쓴 채 격렬하게 흔들린다.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모두 같은 동작을 하면서 원을 그리며 무대를 누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삶, 혹은 사회를 형상화 하는 것과 같다. 태초부터 현재까지, 점차 다양해지고 협력해 나아가고 개체를 유지한 채로 하나가 되려는 움직임. 무대는 시각적으로 즐겁다. LED 형광등 설치물은 안무가들에 의해 그 구조가 조금씩 바뀌고, 뒤에 있는 큰 구형의 조명과 함께 공연의 색을 바꾼다. 무대 위로 떨어지는 흙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 내며 극의 일부가 된다. 공연장에 가득차는 흙 냄새까지 굉장히 종합적으로 감각을 자극한다.

A still from Sadler's Well Theatre Trailer


그러나 혼란스럽고, 또 반복적이다. 극의 전개의 일부는 지루하리 만큼 반복되지만 반복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무용수들이 삽으로 흙을 푸는 모습 역시 거의 반 이상의 후반 시간 동안 지속되고 끝끝 내는 관객으로서 저 흙더미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연에 사용되는 소품, 의상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지 못하고 자꾸만 겉돈다.
더군다나 극이 이미 집이라는 공간, 살아가는 공간, 신체들의 공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그 흐름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관객은 작품을 늘 해석하려고 하고, 카탈로그는 해설을 제공해두었다. 그러나 마치 잘 못된 정답지를 들고 채점을 하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오히려 작품의 이름이 춤을 따라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일지는 몰라도 함께 작품을 본 친구와 이 작품의 이름이 Une Masion이 아니었더라면 더 작품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개개인들의 신체가 하나의 집이 된다는 것일까? 혹은 조명으로 형상화되는 지붕 아래, 집이라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된 것일까?
아니면, 인류라는 - 지구라는 어떤 거대한 공간을 집으로 두고 그 안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혹은 집은 개념으로서만 존재하며, 어떤 신체들이 상호작용하고 있는 모든 공간은 집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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