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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Description, 작품 설명 어떻게 쓸까? - 어려운 점들

아트_경영

by 곡물곡물 2022. 4. 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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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역시 아직 배우고 있는 작가 / 아트 플랫폼 종사자 입니다. 현재까지 제가 아는 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미술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쯤은 써봤을 작품 설명.

작가는 누구보다 본인 작품을 잘 알고 있으니 금방 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잘'쓰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작품 설명은 중요하다. 전시 라벨에서부터, 펀딩을 위해 작품을 제출할 때,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공모전에 낼 때, 석/박사에 지원할 때, 수업에서 과제를 보여줄 때까지 크고 작은 곳에서 작품을 설명해야 한다.

현대 작품은 단순히 미학적인 부분을 떠나 작품의 배경과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관객 역시 이러한 관람 경험에 익숙하기에 잘 쓰인 작품 설명은 그 자체로 가치를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대체 어떻게 디스크립션을 쓸까? 그리고 어떤 것이 잘 쓰인 디스크립션일까?

 

 

Photo by NeONBRAND on Unsplash

 

 

작품 설명 쓰기가 어려워요.

늘 쓰기 힘든 것이 작품 설명이지만 그 중에서도 작업 특성에 따라 더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럴 때 휘뚜루마뚜루 쓰고나면 관객의 머리 속에 물음표 오만개를 띄울 수 있고, 글을 수정하는 큐레이터의 속을 뒤집을 수 있다.

작품 설명을 잘 못 쓸 경우 공통적으로 디스크립션을 읽어도 작품의 비주얼과 매칭이 어렵거나, 작품 설명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이 문제가 생긴다.

 

특히 더 쓰기 곤란할 때는 언제고 어떻게 고칠까? 매일 작품 설명을 고치면서 자주 접하는 유형을 정리해본다.

 

   1) 표현중심의 추상 작업이라 논리적인 언어로 쓰기가 어렵다.

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 추상적이라 작가로서도 말로 설명할 수 없거나,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물론 관객의 주관적인 감상을 더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설명이 지나치게 짧고 관객이 보고 있는 것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기 힘들다. 혹은 오히려 설명과 작품 속의 추상 요소가 따로 놀게 된다. 

이런 작품 설명을 보강할 때에는 작업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거나 혹은 반대로 작은 요소들에 집중하는 식으로 내용을 설명한다. 또한 표현 방법, 사용한 도구 등을 덧붙여서 개념보다 작업의 결과물에 대하여 이야기 할 수 있다.

 

 

   2) 작업의 발전 과정, 개념의 층위를 너무 자세히 쓰려다보니 작품으로부터 멀어진다.

리서치, 실험 중심의 작품이나 개념예술에서 흔히 보이는 실수다. 나 자신도 종종 하게 되어서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작품의 시작점과 결과물 사이에 간극이 큰 경우, 결과물의 메시지가 직관적이지 않은 경우, 혹은 리서치 과정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작품일 경우 등에서 나타난다.

단적으로 말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많고 작품 만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는 일단 필수적인 문장 3줄 정도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 쳐내는 것으로 수정을 시작한다. 포맷에서 보이듯이 이 작품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각 한 줄 씩만 할애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작품에 가시적인 요소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개념만을 설명해 본다. 추가적으로 리서치가 있다면, 리서치의 목적을 말하며 해당 작품이 연구의 일환이었음을 언급하면 보다 핵심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디스크립션을 쓸 수 있다.

 

 

   3) 작업 자체는 테크닉 자체를 실험하는 것이 중심인데, 뭔가 의미를 덧붙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타인이 고치기 힘든 경우라고 생각한다.

작업을 하다보면 페인팅이건, 조각이건, 디지털 작품이건 기술 자체가 작업이 되는 때가 있다. 큰 주제를 위한 리서치 중일 수도 있고, 일부는 이 기술을 어디까지 숙달할 수 있는지, 기술 자체가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다른 테크닉을 찾아낼 수 있을지 가 목표기도 하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작품 설명은 가감없이 테크닉에 대해서 쓰는 것이다.

실제로 전시에 가서 유명 작가 작품을 봐도, 이 작가는 어떤 표현을 하기 위해 어떤 기법을 연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개념 미술이 더 많아져서일까, 뭔가 작품에는 깊은 뜻이 있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일까, 작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문제는 작품을 만들 때는 없던 의미가 창작한 다음에 얹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티가 난다. 자꾸 글이 어려워지고 작품은 관객으로부터 멀어진다. (1,2의 문제가 다 나타난다..)

이런 디스크립션을 고치는 것은 쉽다.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의 특정한 기능을 실험한 작품이다.' 라고 쓰면 된다. 작품 설명은 긴 것보단 짧은 게 낫다. 덧붙일 말이 있으면 기능을 왜 실험했는지를 쓰면 된다. 어떤 컨셉을 형상화 하기 위해서, 이 기술이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서 등등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있었던 얘기를 쓰자.

 

 

추가적으로... 쉬운 단어 선택, 관객의 해석은 그들의 몫 - 

작품 설명 역시 하나의 글이다. 가독성이 가장 중요하다. 어려운 단어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예술이 우월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관념이고, 현대 예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얘기다.

말하자면 Artistic Bullshit. 

나는 어쨋거나 글은 읽혀야 의미가 있고, 관객이 있어야 예술이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불필요한 전문용어는 쓰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두 번 읽어야 읽히는 문장은 이미 실패한 문장이다. 작품 설명의 목표는 똑똑해 보이는 것이 아니고 작업이, 작가가 해야하는 말을 해주는 것 뿐이다.

또한 나는 현대 예술의 가장 큰 장점은 감상의 답이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어떤 것을 느끼게 만들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작업을 만들면 된다. 설명으로 관객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지를 적는 것은 멋없는 것이라고, 지금의 단계에서 나는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의도한 바를 이야기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관객이 어떻게 느껴야 한다고 제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작품이 타인에게 보여진 순간, 그 경험은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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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작품 설명을 쓰기 특히 힘든 경우를 나의 경험의 비롯하여 정리하고

팁이라면 팁일 이야기를 덧붙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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